병맛, 결정장애, 동네 바보 형, 워킹맘, 틀딱, 흑형, 저출산, 늑대, 급식충, 벙어리장갑, 반팔 티, 유모차, 혼혈, 찐따, 뗑깡…….
위 단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사회적 약자를 비하하거나 부정하거나 구분 지어 부름으로써 ‘차별’을 조장하고 확산한다는 점입니다.
혹시 ‘어라?’ 싶으신가요? 보자마자 ‘이 말은 좀’ 싶은 말과 ‘이게 차별어라고?’ 싶은 말이 뒤섞여 있으니, 충분히 의문이 들 만합니다. 하지만 위에 열거한 단어들은 모두 ‘차별어’입니다.
우리 생활 속에는 다양한 층위의 차별어가 깊이 스며들어 있습니다.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별다른 악의 없이도 차별적 표현을 입에 담게 될 정도로요. 그리고 무심코 뱉은 그 ‘말’은 사람의 삶에 생각보다 큰 영향을 미칩니다. 말, 즉 언어는 그것이 가리키는 대상을 바라보는 관점과 직결하기 때문입니다.
흔히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고들 하지요. 그런데 이보다 먼저 인식해야 할 지점이 있습니다. 바로 ‘생각하지 않고 말하면, 말하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말이라는 것은 하다 보면 어느새 입에 붙고, 입버릇은 금세 태도에 반영됩니다. 차별어를 알지 못하거나 사소하게 여겨서 편히 말하다 보면 그것이 왜 문제인지조차 잊은 채 누군가를 배제하고, 비하하고, 상처 입힐 수 있습니다.
다년간 번역가로 일하며 남들보다 더 오래, 더 깊이 ‘언어’와 마주하며 살다 보니 ‘말’이 ‘칼’이 되는 순간을 곧잘 목격합니다. 알고 휘두르든 모르고 휘두르든 칼에 베인 사람은 고통스럽니다. 고통을 줄이고, 더불어 살아가는 언어생활을 더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어 이 자리를 마련했어요. 일상 속 차별어를 인식하고, 차별어에 대처하는 방법을 함께 이야기해 봅시다!